[논평] 유니버설디자인 생색내기가 아니라 삶의 디자인이 되어야

논평 | 제주녹색당 | 2021-02-17

유니버설디자인 어디에 있나? 지난 16일 제주도는 제2기 제주 유니버설디자인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2기 기본계획에는 지난 5년간의 제1기 사업을 분석하면서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2019년 말 기준 제주도의 등록장애인은 36,287명으로 전체 인구 670,989명 대비 5.41%에 이른다. 하지만 제주의 거리에서 장애인을 만나긴 어렵다. 이동 편의성 증진이 특별교통수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유니버설디자인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의미하고 제주도가 누구나 다니기 편리한 도시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제주도의 생활환경은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이동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장애물이다.

제2기 유니버설디자인 기본계획에 나타난 올해 주요 사업계획은 유니버설디자인 활성화 시범사업이다. 사업의 세부내용은 탑동광장에 경사로를 개선하고 신산공원의 화장실 개선이 주요 사업내용이다. 그나마 기본계획에는 7억 원의 예산이 배정되어 있지만 제주도가 올해 공개한 예산에는 2억 8천만 원이 반영되었을 뿐이다. 기본계획의 첫해 사업부터 예산의 규모가 맞지 않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신산공원의 화장실을 개선하고 탑동광장의 경사로를 개선한다고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될 수 없다. 장애인들이 신산공원과 탑동광장까지 가지 못한다면 이용할 수 없는 생색내기용 시설이 될 뿐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이 홍보용이 아니라 도민체감용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점 단위의 사업구성에서 벗어나 생활단위의 사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올해 대중교통과에는 교통약자를 위한 대중교통시설 개선사업으로 4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점자블록과 정류소 인도 경계석 낮춤 시공, 음성안내시스템을 구축해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의 대중교통 이용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의도다. 설치장소는 2021년 전기 저상버스 20대 신규 도입에 따른 4개 노선버스정류장 100개소가 대상이다.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려 이동할 수 있는 보행로가 개선되지 않으면 버스정류장 개선사업은 의미를 잃게 된다. 보행환경개선사업을 담당하는 건설과의 2021년 사업계획에는 보행환경개선사업비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버스에서 무사히 내렸지만 보행환경은 여전히 장벽으로 남아있다는 의미다. 유니버설디자인의 활성화는 부서 간 경계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업들을 확인해 사업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일부터 출발해야 한다. 생색내기용 시설개선이 아니라 작더라도 생활단위의 선과 면 단위 시설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유니버설디자인팀은 활성화 시범사업으로 고작 2억 8천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제주 국제 유니버설디자인 엑스포에는 2억 1천만 원이나 되는 예산을 배정했다. 유니버설디자인 모범도시 제주는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시민공감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지금이라도 유니버설디자인이 가능한 사업들을 확인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제주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행복한 도시가 되려면 장애물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2021년 2월 17일
제주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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