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씨 구속은 제주해군기지의 본질을 명백히 드러냈다
구럼비를 보기 위해 민군복합형관광미항에 출입한 민간인을 즉각 석방하라!
제주해군기지 폐쇄하고 동아시아평화벨트 구축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하라!
강정평화활동가 송강호씨가 구럼비 발파 8주년이 되는 3월7일, 철조망을 자르고 제주 해군 기지 안에 남아있는 구럼비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3월 30일 영장실질 심사에서 바로 구속영장을 발부 받았다. 3월20일 경찰조서 후 열흘 만에 즉각적인 구속이 진행된 것이다. 그는 구럼비를 보기 위해 해군 측에 여러 차례 방문허용을 요청했다. 하지만 해군 측은 정중한 요청을 무시했다. 누가 그들에게 이러한 권한을 부여했나?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송강호씨가 침입한 제주해군기지의 공식 명칭이다. 이 곳에 민간인이 들어간 사건에 대해 이렇듯 신속한 구속이 진행된 것은 상식적이지 않으며 이는 도리어 이 곳이 민항의 기능이 배제된 군사기지임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제주도민, 특히 강정주민들을 기나긴 세월 동안 고통에 빠뜨렸던 해군기지 건설이 우여곡절 속에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2007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기만적인 계획이 등장하면서 부터이다. 당시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주도했던 단체조차 “제주해군기지 사업이 더 이상 ‘기지’가 아닌 ‘기항지’로 논의를 전환시킨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반응했을 정도이니 그 언어가 도민들에게 어떤 환상을 불러일으켰는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2020년 현재 누구도 그곳을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곳은 너무도 명백히 해군기지이기 때문이다.
크루즈기항지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했지만 크루즈 입항은 해군기지 완공 3년 만인 2019년 딱 두 번 시범적으로 이뤄졌을 뿐이다. 크루즈 터미널은 유령터미널로 전락한 반면, 2017년 한 해에만 미시시피 핵잠수함을 포함하여 모두 8건의 외국 군함이 입항하면서 그곳은 한미 공동의 해군기지로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2018년에는 국내외함정 38척이 참가하는 국제 관함식이 열리기도 했으며 이제는 특수부대가 들어올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민항을 배제한 체 군항의 기능만을 강화하고 있다.
구럼비가 파괴된 바다에 항공모함이 드나드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며 해군기지를 저지하기 위한 기나긴 투쟁의 과정 속에 한동네 이웃들과도 갈라서야 했던 제주도민들에게 정부는 관광미항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던져버렸다. 그리고 생명과도 같았던 구럼비의 흔적을 찾기 위해 출입한 송강호씨를 즉각 구속처리했다.
지난 10년 이상 자행되어진 국가 폭력으로도 부족한 것인가?
정부는 당장 송강호씨를 석방하고 지금이라도 ‘군사기지의 섬’이 아닌 ‘세계 평화의 섬 제주’의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2020년은 정부가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한지 15년이 되는 해이다. 하지만 제주해군기지는 미,일,중국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평화의 섬’이라는 담론으로 가리고 있지만 평화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제주도는 오키나와, 대만을 포함한 동아시아 평화벨트의 허브로서 제주도의 위상을 구축하여 군사적 긴장의 완충 지대가 되어야 한다. 무늬에 불과한 제주민군복합관광미항의 해군기지를 폐쇄하고 동아시아 평화벨트의 거점으로 사용해야 한다.
2020년 4월1일
제 주 녹 색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