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은 제주 민군 복합항 기본협약과 국회권고를 준수하고 군사시설보호구역 확대 시도를 멈춰라.
해군은 강정 해군기지에 관한 반복적 약속 번복 행태를 중단하고 신뢰를 구축하라.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5월 20일 수요일 제주를 방문했다. 부 총장은 해군기지 문제로 현재까지 어려움을 겪는 강정마을과 도 유관기관을 방문하고 제주도 원희룡 지사와 면담했다. 부 총장의 제주 방문은 첫째, 해군이 연이어 서귀포시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방파제 안쪽 전체 해상 수역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싶다며 협의를 요청 중에 이뤄진 것이라는 점과 둘째, 제주 출신 첫 해군참모총장으로서 해군기지 건설 당시 해군기지사업단장을 역임하며 강정마을과 직접 대면했던 부 총장이 강정마을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관심을 받았다.
20일 부 총장과 원희룡 도지사 면담 후 나온 제주도의 발표에 따르면 해군은 남방파제 끝 지점과 내부 수역(크루즈선 부두 인근, 입출항로 수역) 모두를 군사시설 보호구역 내 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1월 제주해군기지 육상 44만5천㎡를 군사시설 보호구역 중 통제보호구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또 남방파제 끝단 해군초소 지역 2천㎡를 제한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해군은 당시에도 내부 수역을 제한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제주도가 반대하면서 제외됐다. 제주도의 반대 근거는 국방부와 국토해양부, 제주도가 2009년에 체결한 기본협약에 따른 것이다. 2009년 국방부와 국토부 제주도 3자는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지정하지 않기로 협약했다. 협약서 제8조는 '권리행사의 제한 배제' 규정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으며, '국방부장관은 민군복합항을 건설함에 있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제4조에도 불구하고 육상의 민군복합항 울타리 경계와 해상의 군항방파제 밖의 지역에 대하여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지 아니하며, 통행·고도·영농·어로·건축 등 주민의 생존권과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고 작성했다. 그리고 2011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소위원회 권고가 이어졌다.
해군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약속 불이행과 요구의 변경은 제주사회를 이미 이등시민화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자백에 다름없다. 기지 건설을 위해 만들어낸 민군 복합항의 자기 논리를 위반하며 강정 공동체와 지역 생태계를 더욱 곤궁하게 할 것이다.
강정평화네트워크가 20일에 배포한 성명서에 따르면, 부석종 해군 참모총장은 2007년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건설사업단(해군기지사업단) 초창기부터 ‘해군기지 계획총괄담당’을 맡는 등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위해 핵심적으로 복무했고 2013년 12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사업단 단장으로 일했다. 그가 사업단장으로 복무했던 기간, 기지 부지 외곽에 군관사를 짓지 않겠다던 주민들과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군관사 건설을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해군의 거짓말과 폭력적 강행에 항의하던 시민 24명이 연행되었다. 당시 ‘대한민국해군-제주민·군복합항건설사업단’이란 글자를 테이프 등으로 숨긴 안전모를 쓴 이들이 행정대집행 현장을 활보한 일은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부 총장은 "그간 많은 어려움·고충이 있었던 것을 충분히 다 알고 있다. 현장에서 몸으로 느꼈기 때문에 반대와 찬성을 떠나 그 마음을 알고 있다"고 말할 뿐 구체적 사과를 미뤘다. 강정마을회를 만난 자리에서도 대통령의 관심과 개인의 심정을 담은 수사만 남발했다. 또한 모두발언을 제외한 마을회와의 모든 대화가 비공개 처리됐다. 이로써 군은 강정의 해군기지 관련 문제를 특정 주민들만의 일로 주변화 했다.
2019년 경찰청 인권조사위원회가 내놓은 강정해군기지 건설과정의 인권침해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6월 해군의 해군기지 찬반여부 주민 투표함 탈취사건과 2008년에 해군이 국정원, 도정, 경찰 등과 해군기지 반대자들을 탄압을 비밀리에 공모했던 것에 대해 재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전시에도 금지되어 있는 민간인 폭력도 자행되었다. 2018년 국제관함식 때는 시민의 합법적 집회물을 철거하고 시위자들에게 폭력행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군은 이에 대한 사과 없이 화해 상생만을 발신하고 있다. 이런 고압적 태도의 군을 마주하며 불신과 염려를 갖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원희룡 지사는 부 총장과 면담을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해군기지 내 해상을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문제는 시간을 갖고 종합적으로 풀어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도민사회 의견과 실무, 제도적인 문제도 있어서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 지혜로운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제주도의 태도는 약속 의무를 위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는 발언이기도 하다. 이미 제주도민과 강정 주민들은 해군과 제주도정의 입장 번복 약속 위반의 반복으로 지친 상태다. 이번에도 스스로 협약을 깨고 약속을 어긴다면 공권력에게 약속이란 한낱 기만적인 과정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 될 것이며 제주사회에 불신과 무기력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제주도정 역시 공동의 책임 단위로서 이 점을 명확히 하여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사과한다고 지나간 세월의 상처가 회복될 수 없다. 사과는 단지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여는 첫 과정이다. 공동체회복사업은 기실 개발사업의 명분을 주는 허위에 불과하다. 제주해군기지 해상수역의 군사보호구역확대는 해군의 전언처럼 ‘유사시’라는 말로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없다. 군사보호구역 확대는 평화의 섬 정신을 위반하며, 육지부의 군사보호구역이 대폭 축소되는 와중에 제주도만이 군사보호구역을 확대한다는 모순점에 문제를 배치시키는 일이며 남북정상회담의 기조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기지 건설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해군은 제주도민들을 이등시민화하며 기만했고 여전히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5월 22일
제주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