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녹색성장의 아류, 제주형 뉴딜 종합계획은 처음부터 새롭게 계획되어야 한다
일자리 사업이라는 이유로 도정의 들러리를 서고 있는 도의회는 검증의 책임을 방기하지 마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12일(월) 공동으로 제주미래를 위한 ‘제주형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은 ▲그린뉴딜▲디지털뉴딜▲안전망 강화 3개 분야, 총 10개 핵심과제 및 24개 중점과제에 2025년까지 국비․지방비를 통틀어 6조1천억원의 재정을 투입하여 4만4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그 세부 내용은 화려한 정책 목표와 계획 속에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여하고도 탄소 감축이라는 분명한 성과를 가져오지 못했던 카본프리아일랜드2030 정책을 연상시킨다.
제주도가 발표한 그린뉴딜 정책에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공격적 시행, 신산업 육성, 새로운 먹거리 발굴, 스마트 인프라 구축, 스마트한 관리, 신성장산업 육성, 디지털스마트 기술, 스마트방역체계 등의 알 수 없는 용어들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화려한 용어들과 기술만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실현될 수 있을까?
제주도가 2012년부터 선도적으로 시작했던 카본프리아일랜드 정책의 결과, 제주도의 전기차 비율은 다른 시도에 비해 크게 증가했지만 제주도의 1인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0.83대로 전국 1위이다. 재생가능에너지발전 설비 역시 타 시도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지만 2005년~2017년 제주최종 소비 연평균 증가율은 전국 대비 0.9%p 높은 3.5% 증가하였다. 제주지역 산업부문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2013년~ 2017년 동안 연평균 15.2%가 증가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난 4년간 전국 연평균 증가율(2.3%)에 6.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문제의 기본에 천착해 기본적인 에너지 소비구조를 바꾸는데 정책의 비전을 세우는 대신 기술과 자본으로 화려하게 포장한 정책에 주력한 결과이다.
게다가 구체적인 제주도 행정은 탄소감축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과 천문학적인 예산을 계획하는 제주형뉴딜 계획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제주도의 행정부서인 공항확충지원과는 제주도청 홈페이지 및 각종 매체를 통해 제2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항공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당분간 과거의 항공수요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한편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없는 섬’을 외치면서 한편에서는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항공 산업 확대를 위한 제2공항 건설 필요성을 역설한다. 또한 2030년부터 내연차량의 신규 등록 중단을 추진하겠다면서 한편에서는 도로 확대를 위해 수천억원의 예산을 편성하는가 하면 미세먼지 저감숲을 대거 조성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에 잘 형성되어 있는 비자림로 숲을 없애고 아이들이 뛰어 노는 잔디광장과 소나무 숲을 없애려 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겠다는 분명한 철학과 원칙에 기반하지 않은 제주형뉴딜계획은 녹색에 숨어 성장과 개발의 논리를 강행한 이명박식 녹색성장의 아류에 불과하다.
제주형 뉴딜계획은 다음과 같은 전제 하에 새롭게 짜여져야 한다.
첫째, 제주도가 한정된 면적과 자원을 가진 섬이라는 것이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한 편에서는 무한정 소비를 늘려가면서 기술로 이를 상쇄하겠다는 계획은 절대 현재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수요관리 정책을 최우선으로 두고 온실가스감축 목표를 가장 중요한 지표로 설정해야 한다. 2015년 이후 제주도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를 알아보기 위한 기본 자료를 제주도청 홈페이지에서 찾아보기 힘든 현실은 제주도의 카본프리아일랜드 정책의 단면이다.
둘째, 또한 신속한 탈탄소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하는 뉴딜 정책은 전사회적인 합의와 참여를 필요로 한다.
최근 제주도에서도 주민수용성 없는 풍력발전 건설이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의해 도의회에서 부동의된 사례가 연달아 나타나고 있다. 지금과 같은 관료-전문가 중심의 계획으로는 제대로 된 전환을 이뤄낼 수 없다. 일반 시민들과 사회적 전환에 따른 큰 변화에 직면할 시민들의 목소리를 강화해 제주형 뉴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나 여전히 제주도정은 제주형 뉴딜 계획 수립에서도 일반시민들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는 투명한 정보공개와 진정성 있는 대화, 전환에 따른 손실 비용과 이익을 모두가 공정하게 분담할 때 가능하다.
셋째, 코로나 시대,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기본 인프라이다. 충분한 공공병원, 폭염과 한파를 견디는 안전한 집, 편리한 공공교통과 자전거 도로, 폐기물을 만들지 않는 자원순환, 집 근처에서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공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마트횡단보도, 5G 드론산업, 스마트발열체크기, 디지털돌봄, 스마트 슈즈가 아니다.
더군다나 도정을 감시해야 할 도의회까지 일자리 사업이라는 이유로 도정의 들러리를 서고 있다. 협력이란 이름으로 검증의 책임을 방기한 제주도의회는 부디 해야 할 일부터 해라.
제주라는 한정된 섬의 한계들을 인정하고 에너지 및 차량의 수요관리 정책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탈탄소에너지전환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합의를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이 바로 원희룡 도정에게 요구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