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집단 실종, 대량 사육의 폐해와 예측할 수 없는 기후상황의 결과
사람도 다 죽는다는 절박함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농정으로 과감한 전환 필요
매년 돌아오는 봄이지만, 올해는 ‘꿀벌 집단실종’ 사태로 양봉 농사의 시작이 좋지 않다.
도내 양봉농가 384곳의 벌통 6만 개 중 약 2만 개에서 꿀벌이 폐사하거나 사라졌으며 피해규모는 최대 꿀벌 4억 마리로 추산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피해 발생의 원인으로 기생성 응애류(꿀벌응애) 대량 발생, 말벌류의 일벌 포획 횡행, 동절기 온난한 기온으로 인한 꿀벌 생태계 혼란 등을 언급했으나 정확한 추론이 어렵고 추후 발생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06년에 처음 미국에서 군집붕괴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이 보고된 이래 십 수년간의 연구에서 새로운 병원균, 꿀벌 해충, 기후환경 및 스트레스, 전자파, 농약 등 여러 원인의 검증과 실험이 진행 중이지만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양계장의 조류독감, 양돈장의 구제역처럼 화학농약과 항생제에 의존한 집약적 대량 사육의 폐해와 예측할 수 없는 기후상황이 꿀벌 실종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기후위기는 서서히 오는 것이 아니다. 꿀벌이 사라지듯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다. 이미 해수 온도 상승으로 마라도 앞바다에 미역과 톳이 씨가 마르고 먹을 수 없는 아열대성 해조류로 뒤덮였다.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 신호를 자연이 보내고 있다. 자연과 생태계를 보전하자는 말은 더 이상 환경주의자들의 급진적 구호가 아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사람도 다 죽는다는 절박함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시스템으로 대대적인 전환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도정의 방향은 어떠한가. 탄소 없는 섬을 표방하며 도로와 주차장을 계속 만들고, 제주를 비닐하우스 섬으로 만들 작정인지 스마트팜이나 아열대 작물 재배를 위한 시설지원에 농업예산을 지원하며 이것을 기후위기 대응 농업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기후위기 대응 농업인가?
생물종 다양성을 보존하며 환경부하가 적은 생태농업을 하며 풀뿌리처럼 농촌을 지탱는 소농들과 예측할 수 없는 기후에 맞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위험부담을 스스로 분산하며 애써 들판을 지키는 농부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을 지원하는 예산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도정이 기후위기 농정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제주의 친환경 인증 농지와 농가는 전국과 비교해도 더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은 매년 증가 추세이며 해마다 대량의 농산물이 산지 폐기되고 있다.
제주도는 이제라도 제대로 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농정으로 과감한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대량생산과 대량 폐기를 방기하며 기업농, 투기농을 육성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수하면서도 공익적 역할을 해내고 있는 소농들의 뒷배가 되어주는 것이 제대로 된 농정이다.
기후위기 대응 농업의 관점을 농산물에서 농지로 전환하여 친환경농업 육성에서 생태농업 확대로 전환을 바로 지금 시작하자.
이를 위한 기초작업으로 기후위기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대응방안 마련, 농업전환을 위한 연구투자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초생재배 농가에 대한 기후 수당 지급, 예초 인력 지원 등을 통해 초생재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제안한다. 초생재배에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여 농가에서 초생재배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초생재배는 제초제 사용량 감소에 유의미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휴경에 대한 보상을 현실화하여 땅을 쉬게 해야 한다. 현재 월동채소 7개 품목의 경우 휴경 시 1ha 당 360만 원을 지급하는 토양생태환경보전사업을 하고 있지만, 보상 금액이 턱없이 낮아 참여 농가가 적다. 휴경에 대한 보상 금액을 높여 농가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
더불어 지역격차를 해소하고 소멸되는 농촌을 살리기 위해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는 청년을 (준)공무원으로 대우해야 한다. 초생 재배하는 귤밭의 예초를 지원하고 휴경하는 채소밭의 풀씨 관리를 위해 로터리를 치는 등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청년을 농촌에 파견해 준공무원의 역할을 하게 하고 그에 맞는 대우를 하자. 이를 통해 기후위기 시대 농촌에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동시에 미래지향적이고 젊은 농촌을 만들 수 있다.
꿀벌이 사라져가는 기후위기 시대, 농정의 근본적인 전환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