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좋으나 방법이 틀렸다.
- 제왕적 도지사 끝낸다는 선언은 환영하나 공약은…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제주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기자회견에서 오영훈 출마자는 제왕적 권력을 없애고 도민의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 말했다. 녹색당 부순정 후보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제왕적 도지사 권력을 해체하고 정치 기득권을 타파해서 도정을 혁신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제왕적 도지사 시대의 막을 내릴 선거를 함께 준비하면 좋겠다.
그런데 오영훈 출마자가 정말 그런 의지를 갖고 있다면 몇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첫째, 오영훈 출마자가 국회에서 대표발의한 제주특별법 일부개정안은 시•군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와 근거규정을 만들 뿐이고 자치의 내용은 아직 비어 있다. 기초자치단체를 부활시킨다고 도지사의 막강한 권력이 자동적으로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제왕적 도지사의 권력을 끝내겠다면 그 이상의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더구나 제주도의 국회의원 3명 모두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제왕적 도지사의 권력을 제어하려 했다면 이전에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제주 제2공항 문제 등 많은 현안에서 국회의원이 제 몫을 했는지 반성하는 것이 먼저이다.
둘째, 오영훈 출마자는 도지사 공약으로 증권거래소 상장기업 20곳 유치, 도심과 읍면지역 15분 이동권, 수소경제 활성화, 시스템반도체 유치 등을 내걸었다. 기업을 유치할 조건을 만들고 15분 이동권을 만드는 건 상당한 변화를 요구하는 일이니 제왕적 도지사가 안 되려면 이런 사안은 반드시 도민들과 상의한 뒤에 진행하는 게 옳다.
특히 시스템반도체는 설계가 아닌 생산시설이라면 하루에 십만 톤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 이미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제주에서 가능하고 필요한 산업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소경제 역시 수소의 생산과 저장, 충전 등의 과정에서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첨단산업이 제주의 미래와 맞을지는 미지수이다.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을 생각으로 나선 만큼 제주의 미래를 깊이 고민하길 바란다. 지난 지방선거에 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 후 자신이 비판했던 JDC의 이사장으로 취임했던 문대림 후보의 문제 있는 노선을 답습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