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순정 도지사 후보 4.3주간 특별논평
<트랜스젠더들의 차별 없고 건강한 삶을 위해>
제주 4.3이라는 폭력의 기억은 지금도 도민들의 삶에 깊이 드리워져 있다. 국가는 화해와 상생을 강조하며 평화의 길로 가자고 하지만, 막상 지금 도민들의 개개인의 삶과 관계에서 화해와 상생의 경험을 찾아볼 수 있는가? 폭력의 역사를 회복하고 평화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 곁에 공기처럼 떠다니는 차별과 혐오라는 폭력부터 없애야 한다.
오늘(3/31)은 세계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다. 여전히 사회의 혐오와 차별의 대상인 트랜스젠더들의 삶을 기념하고 자긍심을 고취하는 날이다.
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이 다른 트랜스젠더들은 어린 시절부터 성별 위화감을 비롯한 여러 심리적 문제를 겪는다. 일상에서는 자유로운 성별 표현에 어려움을 겪고, 공공장소에서 화장실을 가는 등의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것조차 어렵다. 법적 성별을 정정하려 해도 의료조치의 비용 부담이나 복잡한 법적 절차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 제주의 한 병원이 한 트랜스젠더의 입원 과정에서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입원을 허가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2020년 국가인권위에서 시행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료기관을 방문한 33%가 성별정체성에 맞는 입원실이나 탈의실을 이용해야 했고, 28.5%는 의료인과 직원이 이름이나 성별이 맞는지 되물었다고 응답했다. 불필요한 질문이나 모욕적인 발언을 듣기도 했다고 응답했다. 공공장소에서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해 유달리 방광염 발생률이 높은 트랜스젠더들이 자신들의 건강을 위해 적절한 의료 조치조차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구직 활동 경험이 있는 트랜스젠더 중 57.1%가 성별 정체성과 관련하여 구직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성별과 외모가 일치하지 않는다거나 주민등록번호에 제시된 성별과 성별표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업과 직장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지난 29일 열린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제주특별자치도 혐오표현 방지 및 피해자 지원조례’를 심사 보류하는 결정을 했다. 폭력과 증오를 선동하고 고취하는 행위를 방지하고 그 피해자를 지원하는 조례안이 몇몇 도의원들의 ‘혐오 눈치보기’로 심사 보류되었다는 것이 개탄스럽다. 정치의 역할은 혐오세력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간 정책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고, 이들의 삶에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제주에도 수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에 대한 인구적 통계조차 한 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평화의 길은 과거의 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에 그치지 않고, 지금 이 시간 일어나는 폭력과 차별들을 없애는 길이어야 한다. 녹색당은 제주도정에 차별금지와 평등국 설치, 차별금지 조례 제정, 젠더 디스포리아 상담과 호르몬 투여 등의 의료 서비스를 시행하고 무지개건강센터 설립, 모든 공공기관 성중립 화장실 설치, 공공기관 이력서 성별 표기 및 사진 삭제 등의 정책을 통해 지역의 트랜스젠더들이 차별 없는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