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젠더폭력 없는 제주’ 실현을 위한 정책의지, 2023년 본예산 편성으로 가늠할 수 있다

논평 | 제주녹색당 | 2022-09-26

9월 14일 저녁, 서울교통공사 역무원으로 재직하던 한 여성이 근무 중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생전 불법촬영과 스토킹 피해를 호소해 온 피해자는 결국 안전을 보장받지 못했다. 이는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에 여성에 대한 폭력이 만연하고, 심지어는 용인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의 현실은 어떨까.

9월 20일 전봉민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내 신변보호 조치 건수는 2017년 138건, 2018년 138건, 2019년 185건, 2020년 225건, 2021년 462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2021년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격히 증가했다. 경찰에서는 이에 대해 도내 가정 폭력과 데이트폭력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신고 증가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밝혔다.

점차 증가하는 여성 대상 범죄 앞에서, 제주도정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전국 최하위 수준인 제주의 안전분야 성평등 지수는 여성의 정치 행정 대표성이 낮고 가부장적 문화가 여전히 여성들을 억압하고 있는 제주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제주도정에서는 ‘성폭력 무관용 원칙’을 선포했지만 여전히 공직사회 성범죄는 계속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는 구호만 화려한 제주 여성 정책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오영훈 도정은 출범 당시 ‘여성들의 안전한 삶과 성평등 문화의 조성’을 전략 과제로 제시하며 그에 따른 세부 정책들을 선보인 바 있다. 그 정책들이 제대로 실현되기만 해도 성평등한 제주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책들을 실행할 충분한 예산과 강력한 권한이 해당 부서에 주어지지 않는다면 공약은 그야말로 빈 약속에 불과할 것이다. 오영훈 도정이 진정으로 여성들의 안전한 삶과 성평등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그에 따른 과감한 예산을 편성하고 담당 부서에 강력한 권한을 주어야 한다.
오영훈 도정은 성평등한 일터 조성, 양질의 여성일자리 확대, 농어업인 행복쉼터 조성, 돌봄 지원, 범죄예방형 도시 설계(CPTED) 강화, 여성안심콜센터 운영, 디지털성범죄 상담 추가인력 보강, 젠더폭력피해자지원시설 기능 강화를 세부 정책으로 내놓고 있다. 이는 모두 예산이 수반되어야만 실현될 수 있다. 또한 여러 부서로 나눠져 있는 업무들을 통합하여 강력하게 정책을 끌고 나갈 수 있는 권한 부여가 필요하다.
제주도정은 2023년 민선8기 첫 본예산안을 편성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1월 도의회에 제출할 2023년 본 예산안은 오영훈 도정이 약속한 ‘여성이 안전한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예산을 담고 있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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