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도지사와 김경학 의장이 한 목소리를 낸 제주 농정은 관점이 틀렸다’
지난 6일 오영훈 도지사와 김경학 도의회 의장이, 제주 농업은 경쟁력이 없으니 줄여야 마땅하다고 입을 모았다. 1차 산업이 제주도내 총생산의 10.9%로 너무 많으니 8%까지 낮추고, 제조업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기후변화로 전라도에서도 월동채소를 재배하니, 이제 제주밭농사는 경쟁력이 없다는 말도 나왔다.
3만여 농가에게 이제 도정이 농업 지원 줄일 테니,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말인가. 제주 농업 현황에 대한 정확한 인지도 없고, 진지한 고민도 없는 해법이다.
제주에서 농업은 단순히 농산물 생산이라는 1차 산업적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다. 유채꽃밭, 메밀꽃밭이 굳이 아니더라도 구불구불 이어진 돌담과 사시사철 푸른 제주의 농지와 초지는 그 자체가 제주다움을 드러내는 경관자원이다. 그 뿐 아니다. 하천수 이용이 거의 불가능한 제주의 지형적 특성상, 해발 200m 이상 농지와 초지 등에 내리는 빗물의 지하침투로 생성되는 수자원이 전체 지하수 함양량의 65%를 차지하기에 이 지역이 개발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017년-2019년까지 3년 간 전용된 농지의 면적은 770만㎡로 마라도 면적의 25배의 땅이 개발 광풍에 잠식되었다. 살아 있는 흙은 개발용지로 전용 이후 시멘트로 덮인 불투수층이 되고, 개발행위로 인해 지하수층에 오염원이 늘어나게 된다.
게다가 실뿌리처럼 농업, 농촌을 지탱하고 있는 소농과 고령농의 공동체적 가치는 단순히 생산량과 경쟁력만으로 논할 수 없는 제주 사회의 보루이다.
오영훈 지사와 김경학 의장의 제주 농정은 관점이 틀렸다. 1차 산업을 줄이고 포기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1차 산업을 기반으로 2,3차 산업을 육성할 수 있게 연계하는 정책적 지원의 확대가 먼저이다.
제주도는 이미 2021년 먹거리기본권보장조례를 만들고, 먹거리기본계획을 수립하여 5개년에 걸쳐 9866억원의 투자계획을 세운 바 있다. 농업을 단순히 농촌,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도민의 먹거리 문제로 전환하고 생산, 소비, 환경, 복지, 노동, 산업을 총 망라하여 정책적 지원을 촘촘하게 계획하려는 틀을 만든 것이다. 식품산업클러스터 육성, 농산업관련 교육과 연구개발 예산 확대, 농업형 청년일자리 창출, 치유농업이나 농업형 자활을 포함한 사회적 농업 지원, 관광업과 로컬식자재의 연계 등 1차 산업을 핵심에 놓고, 도민의 건강과 안전한 먹거리의 일상적 소비기반 조성 및 먹거리 정책의 실행체계 구축을 위한 점진적 도약을 준비할 수 있음에도, 1차 산업을 버리는 카드로 취급하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고 나태한 방식인가.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다른 나라들은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하여 농업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적극적이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토양환경보전프로그램이나 축산관련 메탄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농축산업과 환경의 지속적인 공존방안을 모색하고, 프랑스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4퍼밀(0.4%) 운동’을 제안한 바 있다. 초생재배나 무경운농법, 초지 조성 등으로 공기 중 탄소를 흙 속에 포집하는 방식으로 토양유기물 함량을 높이면 프랑스 농업의 탄소배출량의 41%, 국가 배출량의 7%에 해당하는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고 발표하며, 전 세계가 함께 참여하여 지구 온도 상승을 2050년까지 1.5℃을 막아보자고 제안하기도 하였다.
기후변화로 제주 밭농사는 이제 경쟁력이 없으니 내다버릴 생각을 할 게 아니라, 현장과 농업기술원, 도정이 머리를 맞대고 기후위기 시대에 시급하고 적절한 농업의 전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오영훈도지사는 1차 산업을 경시하고, 친환경농업을 헛된 희망으로 치부하려 한다면 도 농정과 이름부터 친환경농업정책과라는 간판으로 기망 말고 1차 산업축소과로 바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