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 공사가 재개되었다. 전 구간에 걸쳐 동물들의 이동을 막는 울타리 설치 작업이 마무리됐고 1구간 승마장에 있는 말들에게 공사 소음을 줄이기 위한 방음벽이 설치됐다. 2018년과 2019년 벌목된 나무들의 뿌리를 파내고 평탄하게 된 땅에 제주도가 영산강유역환경청에 환경저감대책으로 제출한 184그루의 나무들에 대한 이식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제주도는 1,2구간의 이식 대상 나무들의 이식을 마친 후 1구간부터 차례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10월15일 수목 이식 작업을 모니터링하고 비자림로 공사 현장을 감시하기 위해 녹색당원들이 현장에 방문했다. 그리고 굉음을 내며 땅을 파는 포크레인과 3미터 남짓 떨어진 비자림로 3구간에서 땅 위를 기어가고 있는 애기뿔소똥구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작업 중인 곳과 떨어진 곳으로 이동시켰지만 자칫 작업 중인 포크레인에 깔릴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고 차의 불 빛을 쫓아서 공사가 진행되는 곳으로 언제 진입할지 알 수 없다.
제주도가 비자림로 공사현장에 서식하고 있는 애기뿔소똥구리의 보호를 위해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제시한 환경영향 저감방안과 시행 내용은 다음과 같다.(비자림로(대천~송당) 확포장공사 협의내용 및 환경저감대책 이행계획, 2022. 1)
- 관찰된 종은 트랩(유인)에 의해 확인되었고, 사업시행 시 주변 목장으로 이동이 예상되어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되나, 사업시행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계획노선에 포함되는 소와 말의 배설물은 주변 목장으로 이동조치하고, 전문기관(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영향범위(150m 이내)에는 개체 확인 후, 포획 및 이주토록 할 계획임
- 공사 영향권에 있는 개체군 보존을 위해 함정채집과 등화채집을 병행하여 영향권(150m이상) 내의 모든 개체군을 같이 포획하여 함께 이주(마킹후 방사)시킴
- 애기뿔소똥구리 관련 계획노선에 포함되는 소와 말의 배설물은 주변 목장으로 이동조치하였으며, 전문기관(전문가) 자문을 통해 영향범위(150m 이내)의 개체 유인가능여부확인 후 포획 및 이주
- 야행성 곤충인 애기뿔소똥구리의 야간 차량 불빛으로부터 보호하고 도로와 접한 목장에서 방목하는 말의도로 탈주 예방 및 야생동물들을 유도하기 위하여 2구간 우측 전구간(1.35㎞)에 휀스와 편백나무·홍가시나무를 교차 식재하여 야간 불빛 차단하여 애기뿔소똥구리의 서식환경 보호
- 공사 시행중 애기뿔소똥구리 성충이 최대 출현시기(4월중순~10월중순 사이)에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추가 확인되는 경우 별도의 저감방안(전문기관의 포획 및 이주계획)을 마련하여 공사를 시행
제주도는 2020년 9월과 10월 비자림로 공사 현장에 서식하고 있는 애기뿔소똥구리를 모두 포획해서 이주시켰고 모니터링에 대한 용역을 발주했다고 영산강유역환경청에 보고했지만 비자림로 3km 공사 구간 주변에 서식하고 있는 애기뿔소똥구리를 한 마리도 빠짐없이 모두 잡아서 이주시키는 것은 가능한 일인가? 한 마리도 빠짐없이 잡아서 이주시켰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제주도는 애기뿔소똥구리가 야간 차량 불빛을 보고 달려들지 못하게 차폐림 조성과 더불어 휀스를 설치하겠다고 하였다. 실제로 보호을타리 하단부는 손가락이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촘촘하다.
하지만 이러한 제주도의 노력들은 10월15일 포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땅을 파헤치는 곳에 출현한 애기뿔소똥구리로 인해 실효성이 없는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날개가 있는 애기뿔소똥구리에게 보호울타리가 가당키나 한 일인가? 제주도가 제출한 계획들은 애기뿔소똥구리의 입장에서 세워진 것이 아니라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관점에서 세워졌기에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없는 것들이다.
비자림로 공사 구간에서 곤충류 조사를 담당하였고 환경부가 지정한 ‘서식지외보전기관’으로 지정된 홀로세생태연구소에서 17년째 멸종위기곤충인 애기뿔소똥구리의 서식, 증식, 복원에 관한 총체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이강운 소장은 ‘높은 밀도와 훌륭한 서식 조건을 갖춘 비자림로 도로 건설공사 내 애기뿔소똥구리 최적의 서식지가 근거 없는 대체 서식지로 죄를 면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는 의견을 비자림로 재판 담당 변호사에게 제출한 바 있다.
법정보호종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식지를 보존하는 것이다. 또한 제주도는 영산강 유역환경청에 ‘공사 시행중 애기뿔소똥구리 성충이 최대 출현시기(4월중순~10월중순 사이)에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추가 확인되는 경우 별도의 저감방안(전문기관의 포획 및 이주계획)을 마련하여 공사를 시행’하겠다고 저감대책을 제출한 있다.
제주도는 지금이라도 공사를 멈추고 애기뿔소똥구리 보호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영산강유역환경청 역시 제주도의 저감대책이 실효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진행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동시에 제주도의 공사를 중지시키고 가장 실효성이 높은 서식지 보존 중심의 계획을 새롭게 수립하도록 제주도에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