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에 돌아온 ‘보전지역관리조례개정안’, 도의회는 자기결정권을 내던지려 하는가?
제주도의회는 주민조례발안심사위원회를 통과해 정식으로 발의된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조례 개정안에 대해 9월말 법제처에 의견 제시를 요청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 법제처는 이에 대해 반려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정식 의안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하여 소관 상임위에 보낸 안건에 대해 법제처 해석을 요청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도의회가 위 안건 처리에 부담을 느껴 법제처에 판단 권한을 떠넘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한 언론 간담회에서 위 안건에 대한 질문에 대해 ‘개정 조례안은 조례에 명시된 관리보전지구 1등급 지역 내 행위 제한을 절대보전지역과 같은 수준으로 올리고, 설치할 수 없는 시설항목에 ‘항만’과 ‘공항’ 등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등급변경과 해제가 필요한 경우 제주도의회의 동의를 얻도록 해 공항과 항만 등의 국책사업에 대해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의 동의 과정을 포함시켜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자는 취지도 담겨 있습니다’라고 답한 바 있다. 조례안의 취지를 정확히 파악한 답변이다.
보전지역관리조례 개정안은 절대보전지역과 관리보전1등급 지역의 보전 가치는 거의 동등하지만 그에 대한 개발행위 제한 기준은 상이한 점을 일관성 있게 조정하는 한편 개발행위가 꼭 필요한 경우 도의회 동의라는 과정을 한 번 더 거치도록 하고 있다. 즉 앞뒤가 맞지 않는 행위 제한 규정을 일관성 있게 정리하고 도민의 대의 기관인 도의회가 개발 행위 판단에 있어 강화된 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주도는 ‘조례 제13조 공공시설의 범위 조항을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고 절·상대보전지역제도를 도입한 제주특별법 제정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이유로 위 조례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제주특별법의 355조 절대보전지역, 357조 관리보전지역 지정 조항을 보면 도시 지역과 도서지역, 그 밖의 지역이라는 구분만 있을 뿐 자연환경의 고유한 특성을 보호하고 보전한다는 취지는 동일하다. 따라서 서로 구별되어 있는 도시와 도서지역, 그 외의 지역에 동일한 행위 제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조례 개정안은 오히려 특별법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 또한 관리보전지구 1등급 지역에 설치불가한 공공시설인 경우에도 도의회 동의가 있으면 등급 변경을 통해 가능하기에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 역시 억지 해석이다.
이제 공은 제주도의회에 돌아왔다. 제주도의회는 도민들의 대의 기관으로서 공의 무게를 정확히 가늠하고 책임 있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 도의회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고 개발 행위에 있어서 일관성을 보완한 개정안을 제2공항 반대를 위한 조례라는 프레임으로 폄하시키지 않길 바란다.
2022년 11월 11일
제주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