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짐의 녹색 인터뷰 1. 진수은 당원을 찾아서

제녹당활동 | 제주녹색당 | 2022-11-14

"녹색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적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제주녹색당은 녹색당 중에서도 좀 다른 영토에 서식하고 있다. 섬이라는 독특한 자연 환경에 살아서이다. 사방에서 바다의 파랑과 땅의 녹색 감수성이 함께 무럭무럭 흡수할 수 있어 섬에 사는 혜택이다. 덤으로 한가운데 한라산이 떡하니 섬의 중심을 잡아주어 설문대할망을 비롯한 수많은 신화와 전설을 주렁주렁 매달아 주었다. 한라산 곁에 오름 중에 오름인, 오름의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용눈이오름, 동검이오름, 거문오름, 금오름, 새별오름 등 아름다운 오름들이 찬조출연하고 있는 섬이다.

 

제주가 숨 넘어가게 생겼다. 국가권력과 토건건설족들이 야합하여 자연생태를 거덜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의 자본주의적인 욕망이 에누리 없이 보태지고 있어 제주도가 온전하겠냐는 걱정이다. 안 그래도 자연환경은 악화일로다. 대표적인 사건은 강정해군기지 건설이다. 현재도 진행형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었다면 강정해군기지 건설은 자연•생태계에 치명적인 파괴를 저질렀다. 그 메가톤급 짓을 제주에 또 벌리고 있으니 도민의 시름은 깊다. 그 걱정은 한라산의 그 넓고 깊은 부피의 백록담을 채우고도 넘친다. 최근 제2공항 신설 뉴스가 나오면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제주녹색당 당원, 진수은 씨도 제2공항 신설은 무슨 한이 있어도 막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 강정해군기지 건설로 도민들은 큰 상처를 입었는데 또 제2공항이라니 절대 있어서는 안 돼죠. 반드시 막아야죠"

 

그는 제주 출신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윤석열 정부에서 국토부 장관이라는 벼슬을 뒷배 삼아 환경을 파괴하는 행동대장으로 나설까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진수은 씨는 7년여 원희룡을 겪어보니 그가 뼛 속까지 개발론자라는 것을 알았다.

애월읍 출신인 진수은 당원은 원희룡이 제주도 자연생태를 각종 난개발로 망가뜨렸음을 두 눈 똑바로 본 산 증인이다.

제2공항 신설도 꼼수 여론조사를 획책하여 탈법•불법으로

도민의 여론을 왜곡하려고 했지만 주민과 제주녹색당, 환경단체의 줄기찬 투쟁으로 막았다.

 

윤석열이 검찰을 동원해 3년 동안 '난'을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이때다 싶어 원희룡은 국토부 장관 자리를 궤차고 꺼진 불을 다시 살리려고 총대 맸다. 그가 제2공항 신설을 공언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오영훈 제주도지사하는 꼬라지도 썩 내키지 않다. 오영훈 도지사 역시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하며 제2공항 반대라는 도민의 여론을 뭉개며 눈치 보기 바쁘다.

 

우리나라 정당은 서로 교차로 집권하는 거대한 보수-수구 정당 뿐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은 서로 원수 같지만 국토를 절단 내는 데 있어 국토부 관료와 토건족과 한통속이긴 마찬가지다. 그 샘플 부지기수 아니던가.

새만금은 어느 정부에서 건설됐더라? 강정해군기지를 어느 정권에서 추진했겠냐고, 악명 높은 4대강 보를 철거하지 못한 무능한 정부가 어디였더냐고. 다 무늬만 바꾼 민주당 '계열사'에서 일어난 일 아닌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시기에 일어난 환경 대참극.

 

제주에 산 지 3년이다. 동네에도 워낙 난개발이 기승을 부린다만, 내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제주의 강남에 해당되는 노형동에 하늘을 수직으로 뚫은 드림타워이다.

무려 38층. 개장한 지 2년 가까이 된다. 거기엔 그랜드 하얏트 호텔이 있어 여러 나라 식당가와 명품점, 카페 등이 즐비하다. 방값과 음식값이 엄청 비싸지만 관광객들이 여기서 묵을려고 예약하기 바쁘다.

관광하는 마음들은 이런 곳에서 멋진 뷰를 즐기며 제주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인기가 대단하다. 속쓰리지만 나는 드림타워를 인공으로 만든 거대한 오름이라고 명명한다. 제주도에서 한라산 높이가 최고라면 두 번째로 높은 건 드림타워다. 이 '인공 오름'은 주변 경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다. 인공물로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큰소리 친다. 이건 주변 환경을 헤치는 흉물이다. 제주 여신 뭐하시나. 설문대할망이 진노할 이 빌딩은 자랑이 아닌 제주의 민낯이다.

 

내가 그런 말을 하니 진수은 씨도 맞장구를 쳤다. 부순정 제주녹색당 사무처장도 속상해 한다.

그는

"드림타워를 오랫동안 지지부진 지었잖아요. 거길 지나가는데 충격을 받았어요. 제주에 이렇게 대형 건물이 들어선다는 건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사람들은 제주에 랜드마크로 적격이라고 반기는 이도 있지만 이 지역 자연생태에 엄청나게 부담을 주는 괴물이에요"

라고 우려한다. 어떤 부담이냐고 물었다. 그는

"드림타워는 제주에서 가장 탄소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업 중에 하나에요. 신화월드도 이에 못지 않지요. 이들 기업은 환경에 부담을 주고 생태계를 크게 훼손합니다. 그 주변 도로는 늘상 차가 막히고 교통혼잡이 가중되고 있고요. 정말이지 스트레스 이만저만 아니에요. 소음은 또 어떻고요. 그렇다고 이들 기업이 지역 사회에 기부하거나  환경부담금을 내는 것도 아니에요. 그놈의 잘나빠진 일자리 창출한다고 오히려 제주도로부터 여러 세제 혜택을 왕창 받았어요. 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한데 그런 거와는 거리가 너무 멀어요"

라고 비판한다. 부순정 씨도 " 노형동이 거대하게 개발되어 거길 지나가면 고층빌딩 때문에 하늘이 사각형으로 조각난 것 같이 보인다"고 안타까워 한다.

 

수은 씨는 요즘 고민이 있다. 어느 누군들 고민이 없겠냐만 그 이의 고민은 다른 청춘들과는 위상이 좀 다르다. 직장 생활하면 아무래도 녹색당 당원 활동하는데 지장이 있어 그게 당원들한테 미안한 점이다. 걱정도 팔자다(?). 미래엔 자신의 녹색 감수성에 맞는 사회적 기업과 사회단체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또 하나의 자신이 살고 있는 거주지가 재개발로 혹시 이사 가야 하는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수은 씨는 청년들, 특히 지방에 살고 저임금과 비정규직에 있으면 답이 없다고 말한다. 현실이 그렇다. 서울과 지방. 한국은 서울과 지방이라는 두 개의 국민으로 분열당하고 있다. 지방은 텅 비어가고 서울과 수도권은 돈과 일자리, 사람, 정보, 대학,병원 등 모든 자원을 빨아들이는 블핵홀이 됐다. 이 정도면 괴물이다. 지방에 살면 2등 국민 신세를 면치 못한다. 기껏해야 농사 지으라 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힐링이나 하라고 구석으로 내몬다.

 

제주라고 다를까. 일자리 자체가 드물다. 청년이 공무원과 공사, 농협(축협•수협)에 취직하면 철밥통이 두둑한 평생 직장이 된다. 그런 이들은 결혼도 순조롭고 출산할 확률도 높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이유다. 젊음을 저당잡혀 시험지옥이 됐고 시험공화국으로 쩔어 있다.

아! 대한민국 엿 같은 현실을 누가 확 갈아엎을 청년 없을까.

 

그는 젊다. 나이? 30대 초반이라는 사실만 밝힌다. 녹색당 당원 행동규범에는 나이와 결혼 여부(이혼 한 사실을 밝히는 건 '합법'이다)를 묻는 건 미친 짓이고 '불법'이다. 그래서 밝히지 않는다.

 

내 느낌으로 성실한 왜곡과 진실한 과장'을 시나브로 보태면 진수은 씨는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대학 다닐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탄소발자국을 줄일려는 '환경론자'였는지 모른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여러 지역, 여러 대학교 중에서 진주에 있는 국립대학교에 다녔다. 그 대학이 제주에서 가장 가깝기 때문이었다. 집과 직장이 가까우면 화석연료를 덜 태운다.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어린 나이에 벌써 지구온난화를 고민한 '선구자(?)'다 라고 감히 말해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수은 씨는 거기서 연극 활동을 하면서 연극과 영화제 등에 참가하여 예술에 대해 진심이었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사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제주도를 떠나고 싶어했다. 피끓는 젊은 시절에 그런 마음 안 왜 안들었겠나. 고향이 제주면 제주도라는 좁디 좁은 섬이 답답했을테고 육지것이 그리웠고, (대)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문화들이 참 쏠쏠했겠다.

 

"수은 씨, 여동생도 녹색당 당원이라는 얘기 들었어요.

수은 씨가 가입시켰나요?

"예"

"어떻게요?"

"동생이 베를린에서 한 달 여행을 했어요. 그 도시의 문화적 활력이 대단했다고 하더군요. 특히 자신의 관심사인 공공미술이 시민들과 격의 없이 다가갔다는 것이 인상 깊었나봐요. 일종의 문화 충격이자 새로운 예술 세계를 경험한 시간이었대요. 독일하면 세계에서 가장 환경 운동과 녹색 정치가 활발하잖아요. 세계 최초로 이 나라에서 녹색당이 생겼고요. 녹색당 당원으로서 부럽죠.

또한 2030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는 혁신적인 정책을 펴 풍력,태양력 등 재생에너지 천국을 만드는 멋진 나라로 성장하고 있잖아요. 동생은 머무는 여행을 통해 현장에서 그런 정책들을 펼치는 것을 충격받고 흡수하는 등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동생이 코로나 때문에 귀국을 서두를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고 하네요"

 

"보통 가족끼리는 어떤 단체나 모임에 끼워주지 않잖아요.

성인이면 각자 알아서 할 취향이자 성향인데 어떻게 제주녹색당에 가입시켰나요. 정치 성향이 '녹색'스럽지 않으면 가입시키기 쉽지 않았을텐데요?"

"독일에서 벌써 참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가입시키긴 의외로 쉬웠어요.(웃음)"

 

알고보니 진수은 당원은 몇 년 전에 기후위기 정의행동에 참가해 피켓팅을 하는 등 직접행동에도 관심이 많다.

기후위기의 심각함을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다소 충격적인 방식이 이니고는 언론에서 한줄도 나오지 않는 현실에 분노했다. 제주에서도 국가정상 회의 때 피켓팅 시위를 벌렸다.

소수파의 정치적 주장은 때때로 소동을 일으켜야만 비로소 역사적 사건이 돼 대중의 관심을 끌수가 있다.

스웨덴 여고생이 정치인의 행태에 실망한 끝에 '뚜껑' 열려 기후위기의 심각함을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금요일마다 학교 수업 '땡땡이' 치고(그레타 툰베리 왈, 야, 지금 학교가 중요하냐? 당장 지구가 기후재앙으로 인류가 망하게 생겼는데 무슨 얼어죽을 '핵교'냐고?) 학교와 의회에서 집회를 연 것처럼 말이다. 소수자는 툰베리처럼 튀어야 한다.

 

같이 간 부순정 '제녹(제주녹색당)' 사무처장은 동향 출신이어서 제주의 알짬과 추억을 자매처럼 까르르 웃으면서 나누었다. 한편 두 사람은 고향의 자연환경이 철저하게 무너지는 현장을 지켜본 증인이어서 인터뷰 열기는 홧홧했다.

 

진수은 씨는 나 같은 육지것한테 제주어 몇 개를 선물로 줬다. 나는 고맙게 받았고 그 말들을 익히고 있다.

 

재기재기: 빨리 빨리

희어뜩하다 : 정신이 어찔한 느낌

귀눈이 왁왁 : 눈앞이 캄캄하다 / 알아들을 수 없다

빙삭이 웃는다 : 빙긋 웃는다

배가 뽕꼴랑하다 : 많이 먹어서 배 튀어나오는 느낌 (애기한테 많이 씀)

 

 

* 제주녹색당은 당원들과 밀도 있는 사이가 되고자 한 달에 한두 명 인터뷰합니다. 사람이 그립습니다.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듣고 제녹 SNS와 홈페이지에 인터뷰 내용을 올립니다.

녹색당 행사에 좀 참석하고 참가해 봤지만 여러 모임이나 임시• 정기총회, 집회, 선거 때 나가보면 주로 같은 사람만

보게 돼 그게 안타까웠습니다. 기후재앙•지구위기 시대에 지역 현안인 제2공항 신설 반대 등, 우리 녹색 감수성으로 만나고 친해지자고요. 제녹조직팀에서 제가 파견되어 풀짐(황현호)이란 이름으로 당원들에  다가가겠습니다. '녹색 인터뷰' 끝나면 우리 차 한 잔(혹은 밥 한끼, 아니면 술 한 잔)을 하자고요.

녹색 인터뷰엔 지난 6월에 제주도지사로 출마했다가 '아깝게' 떨어진 부순정 사무처장과 함께 당원 동지 곁으로 5분 대기조 정신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우리 만나. 당장 만나♬

 

 

ㅡ옴마 니 반 메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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