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치’가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력을 사용하는 방법이 문제다
강경흠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의원이 음주운전으로 의회 30일 출석정지 처분을 받았던 것에 이어, 이번에는 성매매 의혹으로 결국 13개월만에 의원직을 사퇴했다. 도의원이 이렇게 불명예 사퇴한 것은 도의회 역사상 최초의 일이며, 마땅히 사퇴했어야 하는 일이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강 의원이 제주도의회 최초로 20대 청년 의원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연이어 ‘청년정치’에 대한 문제제기와 지적이 분분하기도 하다. 이른바 ‘강경흠 사태’는 청년정치에 중대한 과제를 남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청년정치’가 아니라, 시민들이 투표를 통해 위임한 권력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정치인들이 성매매 혐의로 도마에 오르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심지어는 지방의원들이 해외출장에서 성매매를 하고도 슬그머니 정치권에 다시 복귀하기도 한다. 강 의원이 불을 끄고 불법 영업하는 단란주점, 그것도 외국인 여성들이 불법 감금된 곳에서 ‘그저 술자리를 가졌을 뿐이다’ 라고 주장한다는 것은, 실은 정치권에서 이러한 형태의 성매매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할 뿐이다. 따라서 강 전 의원의 사례는 단순히 개인의 비윤리성이나 개인적 일탈로만 해석되어서는 안 되며, 아무렇지도 않게 불법을 저지를 수 있는 권력이 왜 있었는지를 들여다봐야 하는 문제다.
그의 불법 행위는 결국 불법 업소를 드나들 수 있는 권력, 해당 업주와 술자리를 함께 가진 사람들의 묵인이 있어서 가능했다. 이는 도민들이 강 전 의원에게 위임한 권력을 ‘책임’으로 인식했다면 할 수 없었던 행동이다. 결국은 권력을 ‘힘’으로 인식하고 사용했기 때문에, 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윤리성조차 저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강 의원은 아라동에서 ‘청년정치’를 내세우면서 제주도의회 최초로 20대 청년 의원으로 당선되었다. 그는 청년정치를 통해 새로움, 신선함, 패기와 열정을 주창했으나 그가 보여준 것은 결국 자신의 기득권 권력을 강화하는 기성 정치와 다르지 않은 권력 남용이었다. 그에게 ‘청년’ 은 시대의 새로운 문제들을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외침이 아닌 기호일 뿐이었다. 의회 역사상 전무후무한 이번 사태는 ‘청년정치’의 몰락이 아니라, 기존의 낡은 정치를 따라간 정치행태의 몰락을 보여주는 사례다.
청년정치는 ‘청년도 기득권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다. 지금 시대의 기후위기와 불평등이라는 새로운 문제들은 결국 권력을 ‘힘’으로만 인식한 과거의 정치들이 불러왔다. 기후위기로 농사짓기 어려워진 농민들, 해수면 상승으로 침투하는 염수, 관광산업으로 인한 지역 불안정노동의 문제들은 이제 과거의 경제성장만 외치던 정치, 강력한 국가가 집행하는 행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삶과 정치, 협력에 관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청년정치’는 그저 생물학적 나이가 ‘청년’인 후보의 당선이 아니라,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녹색당은 기호로서만 내세워지는 ‘청년정치’가 아닌, 시대의 과제들을 책임지고 시민들과 함께 협력해 해결해 나갈 다른 정치로서의 청년정치를 펼칠 것이다.
2023년 8월 22일
제주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