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일, 제주도가 대대적인 버스 개편을 시행하고 40여 일이 지났다. 급작스러운 변경과 감축으로 통학·출근하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실제로 시행 후 수백건의 민원이 폭발했고 현재까지도 제주도청 홈페이지에는 대중교통 개편 관련한 불만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졸속행정의 모범 사례라 할 만하다.
오영훈 지사는 ‘2035년 제주도의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제주도의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직접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1인당 자동차 등록대수 전국 1위가 제주도라는 걸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즉 제주도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자동차 이용률 감소와 공공교통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심지어 버스는 제주도의 유일한 공공교통이며, 그만큼 많은 도민의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중요한 존재다.
그러나 제주도정은 버스가 탄소중립과 도민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수익성을 말하면서 정작 중요한 도민 의견은 배제한 것이 그 증거다. 예산? 당연히 중요하다. 제주도민의 소중한 세금이 아닌가. 하지만 도민 불편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졸속으로 감차를 밀어붙일 이유는 전혀 없다. 대체 누구를 위한 버스 개편인가? 단순히 이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선을 없앤다면, 민영화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이 모든 과정에서 실제로 버스를 이용하는 도민들의 의견은 들을 생각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따름이다.
준공영제 시행 이후 매년 많은 돈을 들이면서도 버스의 수송분담률이 올라가지 않는 것은 준공영제가 사실상 민영제나 다름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세금을 축내는 것은 이용률이 낮은 노선이 아니다. 운수업체만 이익을 보는 준공영제 구조가 범인이다. 제주도민의 세금은 운수업체의 경영적자 보전이 아니라, 도민들이 자가용 대신 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의 편의를 확대하는데 쓰여야 한다. 운수업체가 아닌, 도민에게 이익이 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버스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모든 도민이 평등한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공’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주도정은 ‘대중교통 서비스 질을 높이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말은 집어치워라. 그저 가장 쉬운 조치를 한 것뿐이지 않은가? 졸속 개편 어디에도 도민들에 대한 존중은 보이지 않는다. 전문성은 물론이고, 성의조차 없는 행정 처리에 도민이 분노 외에 무엇을 느껴야 하는가?
버스를 통한 이동은 도민의 권리이며, 제주도정은 이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 지금이라도 버스를 중심으로 제주 곳곳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공공교통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영버스 노선을 확대하고 ‘완전 공영제’로 나아갈 제도적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버스 감축 40여 일이 지났다.
제주도정은 이제라도 버스가 도민의, ‘공공’의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도민의 이동권을 존중하라!
‘버스 타기 좋은 제주’를 만들기 위해 도민들의 불편을 파악하고 공공 노선을 확대하라!
9월 11일
제주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