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1997년에 갇혀 있는 동부하수처리장 판결은 시대에 역행한다!

논평 | 제주녹색당 | 2024-10-25

“법원은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본질을 왜곡하지 마라!”
“법원은 헌법이 규정한 환경권을 판결로 구현하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2행정부가 지난 23일 동부하수처리장 관련 '공공하수도설치(변경) 고시 무효확인' 소송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제주도가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1심 판결을 뒤집고 1997년 진행되었던 환경성 검토 협의가 이를 대신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환경영향평가법의 취지를 전적으로 왜곡하거나 무시한 판결이다. 환경영향평가법의 목적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 또는 사업을 수립ㆍ시행할 때에 해당 계획과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예측ㆍ평가하고 환경보전방안 등을 마련하도록 하여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건강하고 쾌적한 국민생활을 도모함’에 있다. 하지만 1997년에 진행되었던 환경성 검토 협의 기준은 무려 27년이 지난 지금 시대에 요구되는 환경 보전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 또한 당시 협의는 오로지 12,000㎥/일로 명시된 하수 처리 용량에 대한 영향만 예측 평가하여 저감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2단계 공사인 24,000㎥/일 방류 영향에 대해서는 해양수질 영향 등에 대해서 평가하고 있지 않다. 


하수 처리 시설의 경우 중요한 것은 부지 면적이 아니라 하수 처리 용량이기에 환경 보전 방안도 용량에 맞춰 수립되어야 한다. 동부하수처리장 소송의 원고로 나선 해녀들이 하수 처리 시설 증설 시 가장 우려하는 부분도 하수처리량의 증가로 인한 바다 피해의 증가였다. 따라서 하수 처리장 건설 및 증설에 따른 협의 기준은 하수 처리 용량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1심 재판부 역시 하수 처리장 공사의 핵심이 하수 처리 용량에 있다고 판단했기에 1997년 사전 환경성 검토 협의가 12,000㎥/일에 용량에 대해서만 이뤄졌다고 본 것이다. 그러한 논거에 따라 증설되는 12,000㎥/일 용량에 대해서는 새로운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지만 제주도가 그 과정을 이행하지 않았기에 절차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는 원고의 주장을 손을 들어준 것이다.

문제의 핵심을 외면하고 부지 면적이라는 일부분에 한정하여 사안을 바라보고 판결한 2심 재판부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예측ㆍ평가하고 환경보전방안 등을 마련’하라는 환경영향평가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이는 지난 8월 헌법재판소의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판결 취지와도 위배된다. 지난 8월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탄소중립기본법의 탄소 감축 계획이 충분하지 않아 미래 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이는 소송을 청구한 이들의 기본권 보호 의무 위반 및 환경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헌법 제35조 1항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의 조항이 구체적인 법으로 실현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오히려 개발의 면죄부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으며 신뢰를 얻지 못하는 현실에서 법원은 헌법에서 명시된 환경권의 취지를 판결을 통해 구현해 나가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

법원은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 소송을 1997년에 가둬 놓으며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왜곡하지 말아라!
법원은 헌법이 규정한 환경권을 판결로 구현하라!

2024년 10월 25일
제주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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