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인간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베어져도 되는 대상이 아니다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제주지방법원 벌목, 도시 나무와 공존 방안 모색하라!
제주지방법원 주변에 십수 년간 식재된 나무들이 한꺼번에 베어진 사건이 발생했다. 제주지방법원은 재판, 사무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리를 메우던 나무와 주차장을 헐고 그 자리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4134.86㎡ 규모의 별관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별관 신축으로 생을 마감한 나무들은 이제껏 제주지방법원을 오가는 도민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선사하고 탄소를 포집하며, 삭막한 건축물 속에서 시각적인 풍요로움을 주는 등 도민들에게 기능적으로나 심미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도시 숲’ 역할을 하고 있었다. 회색 콘크리트 섬에 작게나마 그린 인프라로 존재했다. 사람들뿐 아니라 도시에 살고 있는 새들에게도 거처가 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런 나무들이 별관 신축이라는 이유로 무참하게 밑둥이 잘려 버리고 말았다. 이는 현재 제주도의 주요 기관 중 하나가 도시 나무를 어떤 관점으로 보고 있는지를 명료하게 드러내 주는 사건이다.
제주도 내 가로수 벌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성마을 가로수 벌목, 제주 도심 내 먼나무 벌목, 서광로 가로수 벌목, 외도동 가로수 벌목 등의 사건들이 있었고, 당시 도민들의 문제 제기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도시 나무의 권리보다 민원, 도로 확장, 건물 증축 등의 이유로 도시 학살은 계속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제주도는 현재 기후 위기를 대응하겠다며, 2022년부터 5년간 663억 원을 투입해 나무 600만 그루 심기를 목표로 하고 있고, 올해만 232억 원을 투여한 상태다. 한쪽에서는 탄소 포집을 위해 작은 묘목을 심고 있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이미 탄소를 흡수하고 있는 나무들을 보존하기보다 경제적 이유로 밀어 버리고 새로운 나무를 심는 기괴한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제주도민들은 언제까지 이런 이중적인 행동을 봐야 하는가?
이제는 도시 나무를 새로운 관점에서 봐야 한다. 나무는 착취의 대상이 아니다. 나무는 인간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베어져도 되는 대상이 아니다. 나무에게도 뿌리를 내리고 한 곳에서 잘 자라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인간이 지금과 같이 나무를 소비적으로 대한다면, 도시 팽창과 함께 도시 나무 학살 역시 지속될 것이다. 제주지방법원은 기후 위기 시대 도심 숲을 없애 버린 사태에 대해 공식 해명하고 사과하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각 공공기관은 새로운 공간을 마련할 때 오랜 시간 자리를 잡아 온 교목의 생태를 존중해 최대한 살리면서 신축 건물을 세우는 등으로 도시 나무와의 공존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2024년 11월 12일
제주녹색당